유시민 : 내 생각에는 내가 가장 심각한 선택을 한 거는, 대학교 1학년 마치고 나서였던 거 같애.
총수 : 1학년 마치고요?

유시민 : 어. 내 인생에 처음으로 심각한 결정을 했는데.. 대학 진학할 때는 별로 고민 안 했어요. 왜냐하면, 내가 가고 싶은 데가 있는데 여러 형편 상 갈 여건이 안 되는 거 같으니까. 그럼 인제 남은 건 성적에 맞게 가는 건데, 성적만 놓고 따지면 아무데나 갈 수 있었으니까.. 그땐 사회계열, 법대, 경영대, 사회대 다 한꺼번에 530명을 뽑을 때니까. 거기서 믿거나 말거나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웃음) 별로 고민할게 없었지.

총수 : 그때까진 세상이 내 맘대로 된 거네요. 거의.
유시민 : 음.. 맘대로 된 건 아니고, 노력은 했지. 왜냐하면, 내가 수학 성적이 안 좋으니까. 그때 몇몇 학원에 우편시험 제도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돈을 내면 시험지를 보내줘. 그럼 그걸 놓고 제한시간에 자기 혼자 해놓고, 열심히 풀어가지고, 다시 보내주면 채점해서 성적표하고 사정표를 보내줘. 어드바이스하고 해가지고.

근데 쳐보면 맨날, 영어는 90점, 국어는 한 70점, 수학은 한 30점. 이렇게 나오는 거야. 그게, 고3 처음 시작해서 몇 달 해봤는데.. 매월 한번씩. 그러니까, 요새로 말하면. 월례고사에 해당하는 거 같애. 그게. 그래 수학을 아무리 해도 안되니까, 재능이 없고 그러니까.. 방법이 없더라고. 과외를 받을 수도 없고, 돈이 없으니까. 그래서 인제, 궁여지책으로 생각한 게, 수학책을 다 외는 거.

총수 : 음하하. 수학책을 외웠다는 사람은 내 또 처음 보네. 쿠하하
유시민 : 수학책을 세 권을 외웠어요.
총수 : 하하
유시민 : 그때 바이블이 인제, 정통.. 종합영어.. 아니지..
총수 : 정석.

유시민 : 아, 정석. 공통수학 정석, 수학1 정석, 문과니까. 그리고 해법수학. 이 세 권을 외웠는데.. 외웠다는 건 어떤 상태를 말하냐 하면, 같은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답의 모양이 인제, 딱 떠오르는 거야. 이런 얘기 해도 되나? 입학시험 볼 때, 우리 인제 본고사가 있을 때니까. 수학이 여섯 문제가 나왔어요. 근데, 나는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없는지 문제를 보면 금방 알아요. 내가 할 수 있는 문젠지.

총수 : 쿠하하. 74페이지 왼쪽에 있던 거.. 이런 식으로..
유시민 : 첫 시간에 국어를 봤나? 그럭저럭 잘 본 거 같애요. 만족스럽게. 두 번째 시간에 수학을 보는데, 믿을 수 없는 거야. 문제를 받았는데. 답이, 다 떠오르는 거야. 답의 모양이.
총수 : 하하

유시민 : 그러니까 1번이 제일 기초적인 문젠데, 1번이 두 문제로 구성이 돼 있는데.. 첫 번째가 지수로그 문제야. 내 기억이 나요. 아직도. 그때의 그 흥분이. 딱 봤는데 답이 m-n+1 아니면, m+n-1 아니면 m-n-1이야. 셋 중에 하나야, 답이. 다른 답은 없어. 그리고 6번까지를 딱 훑어 봤는데, 모든 문제의 답의 모양이 다 머리 속에 딱 떠오르더라고. 그래 다 풀고 검산하고, 한번 더 했는데 30분이 남았어.

총수 : 으하하
유시민 : 그래서 내가, 만점은 아니지만 거의 만점을 맞고. 수학을.
총 : 그 출제위원을 만나봐야 되겠네. 오늘의 유시민을 있게 했는데.(웃음)

유시민 : 그러니까, 외운다는 거는 자기가 풀어봐서 익혀서 그 다음에 똑같은 문제를 푸는 게 아니고.. 그렇게 못 풀기 때문에. 풀다가 막히면 다시 참고서를 보고 한 단계를 풀고, 또 보고 또 보고 해서 끝까지 가잖아요. 그 과정을 다시 한번 복기하는 거야. 그 다음에 인제 한 달쯤 지나고 나서, 다시 그 문제를 쫙 풀어보는 거야. 처음부터 끝까지, 답과 동일하게 가는 걸 외우는 거야.

총수 : 하하하
유시민 : 그러니까, 그 경지에 오를 때까지 내가 얼마나 피눈물 나게 수학책을 외웠겠어요. 그러니 내가, 미적분을 어따 쓰는지 몰랐다니까.
총수 : (손뼉치며) 으하하하
유시민 : 그거를, 세월이 한참 지나고 나서 비로소 알았다는 거야. 내가. 기가 막히지. 대한민국 교육의 문제의 현장이지, 이게.

(2004년 딴지일보 일망타진 이너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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