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IT

전기차 시장의 '테슬라'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

맥놀티 2013. 6. 30. 12:50

6월 25일자 보도자료

LG경제연구원 ‘전기차 시장의 테슬라 돌풍, 하이테크 마케팅이란 이런 것’


출처 - http://www.lgeri.com/management/marketing/article.asp?grouping=01020300&seq=396



Ⅰ. 척박한 시장에서의 인상적인 성공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Tesla Motors)가 2013년 1분기 처음으로 11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4900대를 팔아 매출액은 5억6000만 달러였다. 물론 전체 매출의 15%에 이르는 8500만 달러의 배기 가스 배출권 판매액이 없었다면 이익을 내기는 어려웠겠지만, 그렇더라도 판매 대수 증가에 따라 손실 규모는 크게 줄었을 것이다. 지난해말 생산을 시작한 모델S는 올해 물량에 대한 선주문이 거의 완료되어 연말에는 2만대를 넘는 판매 실적이 예상된다.


벤처 캐피탈을 통해 3억 달러 이상을 조달하고 2010년 기업 공개를 통해 2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확충한 테슬라는 연방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4억 6500만 달러를, 상환 기일이 9년이나 남았음에도, 지난달에 이미 갚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6월 이 회사의 시가 총액은 1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전기차는 아직까지 기술적인 난관이 많고 충전 인프라도 형성되지 않아서 실용성이 떨어지고, 그에 따라 수익성도 낮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특히, 전기차의 대표 주자로 손꼽혔던 미츠비시의 아이미브, 닛산의 리프, GM의 볼트 등이 예상보다 저조한 판매량을 보이며 이러한 인식은 현실이 되는 듯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실적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전기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테슬라의 재무적 성과가 나오기 전부터 이 회사의 제품에 대해서는 찬사가 이어졌다.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는 최근 테슬라의 모델S에 대해 100점 만점에 99점이라는 이전까지의 모든 엔진 자동차를 통틀어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었다. 컨슈머 리포트는 소비자들의 구매 가이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검증이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이같이 높은 점수를 준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참고로 리프는 69점, 볼트는 68점, 아이미브는 31점,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베스트셀러 프리우스도 80점밖에 못받을 정도로 컨슈머 리포트의 평가는 짜다.


또, 지난해말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는 올해의 자동차로 테슬라의 모델S를 선정했다. 스포츠카처럼 재빠르며, 롤스로이스처럼 부드럽고, SUV만큼 짐을 실을 수 있으며, 프리우스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모터트렌드의 평가였다.


좋은 평가는 전문가들에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에 관한 인터넷 커뮤니티나 게시판에는 일반인들의 테슬라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가 쏟아지는 반면, 부정적인 평가는, 차량을 장기 주차 상태로 두었을 때 발생하는 배터리 방전 문제를 제외하면, 매우 드물다. 또, 모터쇼에서 테슬라의 차량을 보거나 테슬라의 매장을 찾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감탄을 하는 모습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보면 쉽게 보고 들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자동차 산업의 애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테슬라는 어떤 회사이며, 이 회사의 어떤 활동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Ⅱ. 전기차에 관한 다른 생각


테슬라는 인터넷 결제업체인 페이팔(PayPal)의 설립자인 엘런 머스크(Elon Musk)에 의해 2003년 실리콘 밸리에 설립되었다. 1990년대말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가 성공한 이후, 본격적인 순수 전기차(BEV, Battery Electric Vehicle)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시점이었다.


일찍이 전기차를 생산했던 노르웨이의 싱크(Think) 같은 벤처 기업은 물론, 미츠비시, 닛산 등 전기차에 관심이 있던 기존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본질을 경제성과 친환경성에서 찾고자 했다. 이들보다 뒤늦게 사업에 뛰어든 코다(CODA) 같은 회사는 한술 더 떠서 최저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고유가 시대에 대응하는 전기차는 일견 논리적이었지만, 비싼 배터리 가격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였다. 그 결과 많은 회사에서 주행 거리는 짧고 가격은 비싸면서,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는 주지 못하는 제품이 나오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이를 반기지 않았다.


테슬라는 전기차의 다른 특성에 주목했다. 주행감과 자기 표현이었다. 기존의 엔진 자동차에서도 고객들의 주된 관심은 경제성이 아니다. 럭셔리카나 스포츠카 등은 차치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좋은 차를 타고 싶어서 무리하곤 한다. 좋다는 기준은 편안하거나, 안락하거나, 재미있거나, 또 무엇보다도 남들이 멋있게 봐주는 것이다.


전기 모터가 엔진에 비해 기능적으로 확실히 뛰어난 점은 저속에서부터 나오는 높은 토크다. 높은 토크는 빠른 가속으로 이어진다. 2008년 테슬라가 처음 시장에 내놓은 2인승 스포츠카 테슬라 로드스터(Roadster)는 전기 모터의 빠른 가속력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 제품이었다.


신생 전기차 회사가 자동차의 모든 것을 개발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한 테슬라는 경량 스포츠카 제조사인 로터스와 협력하여 이 회사의 대표 차종인 엘리스(Elise)를 바탕으로 전기 스포츠카를 개발하였다. 엘리스는 초경량 미드십 스포츠카로 가속력과 코너링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러한 특성도 가속력을 주무기로 하는 전기 스포츠카에 적합했다.


테슬라 로드스터의 고성능 트림은 288마력의 모터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60마일(97km)에 이르는데 3.7초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이는 대표적 스포츠카인 페라리 F430나 포르쉐 911 터보와 같은 수준의 가속력이다.


차량의 크기나 특성이 크게 다르기는 하지만 가격을 비교해보면, 테슬라 로드스터는 약12만 달러, 페라리 F430은 20만 달러, 포르쉐 911 터보는 13만 달러선이었다. 물론 닛산의 GT-R이나 쉐보레의 콜벳 ZR1 등과 비교하면 가격대 성능비가 떨어지지만, 브랜드를 앞세운 유럽산 스포츠카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고급 스포츠카 시장에서 테슬라 로드스터는 비싼 가격은 아니었다. 전기차가 엔진 자동차보다 더 비싸다는 선입견마저도 깨진 셈이다.


주행감 뿐만 아니라 자기 표현에서도 테슬라가 뛰어난 점은 명확하다. 눈에 띄는 2인승 스포츠카, 그것도 엔진 소리 없이 튀어나가는 전기 스포츠카만큼 앞서나가는 자신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1. 실용성보다 즐거움


마케팅 이론에서는 고객에 대한 가치를 크게 실용성(Utility)과 즐거움(Hedonic)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초기 제품에서 충분한 유틸리티를 제공하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관련 기술이 충분히 발전되지 않았고 제반 환경도 이를 뒷받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즐거움이라는 가치는 초기 제품이 제공하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초기 구매자는 대부분 신기한 것을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사용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 자체가 속물주의적(Snobbish) 즐거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하이테크 제품들은 실용성에 초점을 두고 마케팅하곤 한다. 그 이유는 많은 제품들이 고객 니즈와 기술 관점에서 개발되기 때문이다. 흔히 고객 니즈는 유용성, 실용성 차원에서 논의하지, 즐거움 같은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기술은 니즈보다도 더 실용성 차원에 초점을 맞추기 마련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 같은 전통적 접근에서 벗어나 즐거움에 초점을 맞췄고, 그 전략은 유효했다. 즐거움이라는 가치의 핵심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행감과 자기 표현이지만, 그 외에도 세세한 점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예컨데, 모델S는 문을 여는 손잡이가 보이지 않는다. 리모컨을 작동하면 CD플레이어의 트레이가 튀어나오는 것처럼 문 손잡이가 나온다. 또, 센터페시아의 대형 LCD 스크린을 터치한 만큼 썬루프가 열리기도 한다.


한편, 구매 시에도 기존 자동차 구입과는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테슬라의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되는데, 대부분 고급 쇼핑몰이나 패션 스트리트에 있다. 예를 들어 시카고 인근 매장의 경우 바로 옆에는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매장과 노드스트롬 백화점이 있다. 테슬라는 자사 제품이 교통 수단이 아닌 자기 표현 상품이라는 점을 매장 위치에서부터 명확히 하고 있는 셈이다. 이 매장에는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이름 붙여진 인테리어 샵과 유사한 공간이 있는데, 고객은 여기서 다양한 색상의 내외장재 샘플들을 직접 만져보면서 선택할 수 있다.


2. 과감한 차별화


특정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소비자들은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구매력이 충분한 고객의 경우에도 유사한 제품을 사는 것은 낭비일 수 있기에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신제품은 기존 제품과 다른 카테고리로 고객이 인식하도록 하는게 유리하다. 마케팅 전문가 오카다(Okada, Journal of Marketing, 2006) 등의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는 기존 제품의 개선 제품보다 새로운 종류의 제품에 대해 지갑을 열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전기차의 경우, 목표 고객은 대부분이 엔진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고객이 큰 차별성을 느끼게 해야 한다. 테슬라는 고객이 모델S와 일반 차량들과의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먼저 미국산 자동차로서는 드물게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만듦으로써 무게를 줄임과 동시에 고급 자동차의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올해 출시 예정인 콜벳의 새 모델도 알루미늄 차체를 채택하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그보다 먼저 구현된 테슬라의 알루미늄 차체는 시장의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도였다.


또, 2개의 구동 모터를 후륜에 장착함으로써 47:53의 이상적인 전후륜 무게 비율을 달성하면서, 기존 엔진 룸에 해당되는 공간을 트렁크로 만들어 프렁크(Frunk, Front Trunk)라고 이름 붙였다. 또, 배터리와 모터를 최대한 아랫쪽에 위치시킴으로써 주행 안정성을 극대화하면서 뒷트렁크 공간도 크게 뽑아냈다.


뒷트렁크에는 어린이 2명이 앉을 수 있는 보조 의자도 장착할 수 있다. 이러한 공간 구성은 엔진 자동차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이기에 고객은 ‘뭔가 크게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즉, 고객은 테슬라가 일반적인 자동차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카테고리라고 느낄 수 있고, 기존 차량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추가로 구매할 때 심리적 부담을 덜 느끼게 된다.


반면 다른 경쟁 전기차들은 고객이 큰 차별성을 느끼기 힘들었다. 후드 아래에 엔진 대신 모터가 있지만, 그밖에 고객이 보고 느끼는 것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유사하게 주행감을 강조했던 또 다른 전기차 회사 피스커(Fisker)의 카르마(Karma)가 대표적인 사례다. 피스커 코치빌드(Coach Build)라는 회사는 고성능 튜닝카를 만드는 회사였다. 이 회사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가며 추진한 전기차가 카르마인데, 스펙상으로는 매우 뛰어난 것으로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카르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Plug-in Hybrid Vehicle) 형태로 완성되었으나 고객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카르마는 공간이나 기계적 구성이 속속들이 엔진 자동차와 매우 유사했다. 오죽하면, VL오토모티브라는 회사가 카르마에 8기통 엔진을 얹어 데스티노(Destino)라는 고성능 엔진 스포츠 세단으로 만들기도 했다. 피스커는 지난 3월 설립자 헨릭 피스커가 사임하더니 5월 파산하고 말았다.


3. 캐즘의 극복


테슬라를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하이테크 제품이 넘기 힘든 캐즘(Chasm)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제품이 세상에 나오면 초기에는 일부 호기심 많은 혁신적 소비자(Visionaries)들의 반응으로 좀 팔리다가,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Pragmatists)들이 구매에 나서기까지 상당 기간은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현상을 캐즘이라고 한다.


테슬라의 첫 제품 로드스터는 혁신적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였다. 2010년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1000대 정도였다. 혁신적 소비자들은 살만큼 샀지만, 주류 시장으로 나가기에는 아직까지 갈 길이 먼 캐즘 상황에서 테슬라의 스포츠 세단인 모델S를 주력 상품으로 선정했다.


스포츠 세단은 과거에 스포츠카도 아닌 세단도 아닌 어정쩡한 시장으로 인식되기도 했으나, 몇 년 전부터 시장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오랫동안 스포츠 세단의 대명사는 BMW의 M시리즈나 벤츠의 AMG 라인이었으나, 포르쉐가 4도어 스포츠 세단인 파나메라를 내놓고, 마세라티의 콰트로 포르테도 새로운 모델로 경쟁하면서 이 시장은 급속히 커졌다.


테슬라의 모델S는 이 같은 스포츠 세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0-60마일 가속 성능은 고성능 트림이 4.2초로 다른 스포츠 세단과 동등한 수준이었다. 모터 트렌드의 테스트에서 모델S의 가속력은 회사가 발표한 것보다 더 빠른 4.0초를 기록하기도 했다.


7500달러의 연방 세금 공제액을 감안하면 60kWh의 배터리를 장착한 기본 모델의 가격은 62400달러이며, 85kWh의 배터리와 고성능 모터를 장착한 퍼포먼스 트림도 87400달러다. 경쟁 차종이라고 할만한 BMW M5나 벤츠 E63 AMG보다 조금 더 싼 수준이다.


테슬라는 모델S 뿐만 아니라 추후 출시할 대중적 차량까지를 염두에 두고 캘리포니아 소재 누미(NUMMI, New United Motor Manufacturing) 공장의 지분을 매입하여 테슬라 팩토리라고 이름 붙였다. 소유권은 토요타와 공동으로 갖고 있는데, 이 공장은 과거에 GM과 토요타가 협력하여 세웠다가 2010년 문 닫았던 곳이다. 테슬라는 여의도 면적의 절반이 넘는 부지 중에서 공장 건물 등 주요 부분을 샀는데, 테슬라와의 협력을 바라는 토요타에게 4200만 달러라는 아주 싼 가격을 지불했다.


테슬라는 걸윙(Gull Wing) 타입의 뒷문을 달고 0-60마일 가속이 5초 이내인 4륜 구동 고성능 SUV인 모델 X의 출시를 앞두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4만달러 이하의 보급형 모델인 블루 스타(Blue Star)도 계획 중이라고 한다.


4. 타협하지 않는 완성도


테슬라 모델S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디테일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갖는다. 외관은 물론이고 인테리어의 질감과 마무리가 아주 꼼꼼하다. 3열의 접이식 보조 좌석에도 컵 홀더를 달아놓은 모습은 고객이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면서 열심히 만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한편, 테슬라의 가장 큰 장점 중의 하나인 주행거리도 높은 완성도를 잘 반영한다. 테슬라는 첫 제품인 로드스터부터 365km의 긴 주행거리를 자랑했다. 다른 전기차들이 일상적인 출퇴근 거리 등을 근거로 들면서 100km 남짓한 주행거리로 고객을 설득하려고 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두번째 제품인 모델S는 공인 주행거리가 400km를 넘는다.


흔히, 테슬라를 애플과 비교하는데, 혁신성과 디자인 중시 등 외부로 드러나는 면뿐만 아니라 완벽주의에서도 두 기업은 유사한 면이 있다.


5. CEO부터 매장 직원까지 모두 브랜드 메이커


테슬라의 매장에는 직원들이 밝은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고객이 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으나, 매장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구매 의사는 없이 구경하려고 오는 사람이기에 관람객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테슬라의 직원들은 자동차 산업을 바꾼다는 생각에 재미와 자부심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 스토어에서도 스스로 재미를 느끼며 고객을 도와주는 직원들이 많은데, 이들과 비슷한 느낌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의 태도와 지식은 테슬라 브랜드에 대해 호의적 감정을 갖게 한다.


매장 직원과는 서열상 반대편에 있는 CEO도 브랜드 구축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한다. 테슬라의 오너이자 CEO인 엘런 머스크는 실리콘 밸리 스타일의 리더로서 기존 자동차 회사와 전혀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 CEO로서 테슬라 포럼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리기도 하며, 일부 포럼 회원은 그를 친근하게 퍼스트 네임으로 부른다. 또,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는 오랜 친구라고 강조하며 구글과 무인 자동차에 대한 장기적 비전을 추진할 계획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난달 머스크는 모델S의 3년후 중고차 가격을 50%까지 보장하는 프로그램을 발표했는데, 회사 뿐만 아니라 CEO 본인의 개인 재산으로도 중복하여 보장한다고 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엘런 머스크가 2002년 창업한 민간 우주 운송 회사 스페이스X도 그의 혁신성을 보여주며, 테슬라 브랜드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페이스X는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 이끄는 버진 갤럭틱과 함께 민간 우주 개발을 이끌고 있는데, 버진 갤럭틱이 우주 여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비해, 스페이스X는 화물 운송에 단기적 목표를 맞추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 2012년 5월 직접 개발한 팰콘9 로켓과 드래곤 캡슐을 이용하여 NASA의 화물을 국제 우주 정거장까지 운송함으로써 민간 우주 시대를 열었다. 스페이스X는 로켓과 캡슐을 개발할 때 NASA의 전통적 방법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6. 혁신적 원가 달성


지금까지 테슬라의 성공적인 제품 개발 및 마케팅 활동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런데, 성공의 원인에 대해 한가지 큰 의문이 남는다. 전기차는 배터리 가격이 워낙 비싸기에 원가가 엔진 자동차에 비해 훨씬 더 든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런데, 테슬라는 대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를, 그것도 대량 생산이 아닌 제품을 어떻게 비슷한 성능의 엔진 자동차보다 더 싼 가격에 만들 수 있었을까?


그에 대한 속 시원한 해답은 알 수 없지만, 대규모 자동차 회사와는 다른 비용 효율적 개발 프로세스를 적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산업은 100년 이상 지속되면서 업계의 표준 개발 프로세스가 만들어져 왔다. 다양한 차종을 개발해야 하고 업종내 이동이 잦은 많은 직원들을 관리해야 하는 복잡한 자동차 기업에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줄이는 안정적인 개발 프로세스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구하면서 혁신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흔히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신차 개발비를 살펴보면 금형 제작 비용과 함께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에 소요되는 인건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진정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의외로 적다.


IT 분야 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테슬라는 자동차업계의 관행을 따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효율적인 개발 방식을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오래전 영국의 백야드 빌더(Backyard Builder)나 이태리의 카로체리아(Carozzeria) 같은 소규모 자동차 회사들도 나름대로의 자동차를 직접 개발했다.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면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도 있다. 또, 안전에 관련된 실험 등 많은 돈이 드는 영역들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상당히 해결되면서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는 더 많아졌다.


로컬 모터스(Local Motors)라는 미국 회사는 세계 각국에 있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커뮤니티 멤버들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크라우드 소싱 (Crowd Sourcing) 또는 오픈 소싱 방식으로 모아서 자동차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16개월만에 300만 달러 정도의 예산으로 자동차를 개발했다고 한다. 물론 완성도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낮은 수준이겠지만, 자동차 개발 방식에 다양한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또, 부품 조달에서 원가 절감을 시사하는 사례도 보인다. 모델S가 완전 방전되어 벽돌처럼 꼼짝도 하지 않는 사례가 일부 있었는데, 그 원인은 베트남산 12V 납축전지였다. 테슬라는 의도적으로 베트남산을 구입한 것이 아니라 2차, 3차 벤더로 넘어가면서 그런 상황이 발생하였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원가 절감 노력이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볼 수 있다.



Ⅲ. 하이테크 마케팅의 핵심 포인트


우리 제품에서 낯설어지기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테슬라는 차별적이고 완성도 높은 신제품으로 시장 진입에서부터 캐즘 극복까지의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초기 시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상품이 대부분이고, 초기 시장에 진입했더라도 그 시장을 키워내지 못하고 사그러지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테슬라 같이 성공하는 신제품을 내놓는 기업들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교과서적인 이야기일지 모르나, 철저히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생각을 구현해나갔다는 점이다. 고객의 입장은 마케팅에서 누누히 강조하는 것이나,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몰라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기 어려워서다.


고객 입장에 서기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도한 몰입이다. 집중해서 몰입하면 제품 개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고, 다양한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확률도 높아진다. 그런데, 몰입할수록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어려워, 상황을 자의적으로 유리하게 인식하기 쉽다. 그런데, 몰입하지 않으면 지금 같은 경쟁 시대에 도태되기 십상이다. 몰입해도 안되고 몰입하지 않아도 안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는 과도한 몰입을 경계하고 관객이 현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사용했다. ‘낯설게하기(소격 효과, Alienation Effect)’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관객이 몰입과 단절을 반복하게 한다. 이는 신제품, 특히 하이테크 제품의 마케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신기술에 기반한 신제품을 내놓는 기업은 제품에 애착을 갖고 제품의 차별성을 스스로 크게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객은 낯선 제품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기존 제품과의 차이도 잘 느끼지 못한다. 이때 고슴도치도 제 새끼가 예쁘다는 식으로 자사 제품을 대하면 백전백패다. 제품을 개발할 때는 몰입하다가도 가끔씩 완전히 고객이라는 남이 되어서 제품을 바라보는, 이러한 낯설게하기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연극은 재미있어야 한다


브레히트의 복잡한 이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특히, 그의 이론을 어설프게 적용하는 바람에 복잡하고 어려운 연극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본 브레히트는 무엇보다 ‘연극은 재미있어야 한다’ 라고 일침을 놓았다.


연극이 재미있어야 하는 것처럼 하이테크 제품이 갖추어야 할 핵심 하나를 뽑는다면, 그것은 바로 고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말로 제품을 길게 설명할 필요 없이, 고객이 써보고 행복해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LG경제연구원 김재문 수석연구위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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